이왕이면 맛집 가기/홍대

빡칠 때 먹는 빵이 제일 맛있다

이왕이면고기를먹는애 2022. 10. 18. 00:51

2교시인데 30분 일찍 시작(전날 오후 8시에 공지함)

 

+ 전원 발표(자원자 안 나오니까 갑자기 바꿈)

 

+ 1시간 초과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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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이고 싶은 파생상품론의 수업에서 도망쳐나온 오늘, 겨우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을 마친 뒤 하교하려는데 도저히 열불이 나서 안 되겠는 겁니다.

 그런 이유로 하굣길에 홧김에 질러버린, 학교 주변의 빵들입니다. 양 보면 아시겠지만, 오늘 좀 깁니다.

 굳이 왜 빵이냐? 하실 분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도 나름 다이어트라는 걸 하고 있거든요...방금 웃은 사람 나와.

 아무튼 다이어트하는 중이라 빵을 안 먹고 있었는데요, 진짜 오늘은 좀 내게 해방감을 주고 싶다- 란 생각으로 아주 무더기로 샀습니다. 혼자 먹은 거 아니고 가족이랑 먹었어요. 진짜예요.

 첫번째로 [성 마르크] 입니다.

 레몬치즈파운드케이크 뭐시기랑 오렌지?케이크를 샀습니다. 이렇게 두 개 샀는데 총 6,500원이더라구요.

 첨 가보는 곳이라 사장님께 '여기 첨 왔는데 뭐가 제일 잘나가용?' 여쭤봤더니 수줍게 추천하신 레파케.

 시식할 때도 느낀 거지만 진짜 눈이 번쩍 뜨이는 맛입니다(모든 메뉴를 시식해볼 수 있어요). 세시간밖에 못 자서 눈을 반쯤 감고 있다시피 했는데 이거 먹고 두 눈이 트였읍니다. 할렐루야. 새콤해서 그런 게 아니라 부담스럽지 않은 레몬향에 달콤해서요. 써놓고보니 꽤 시적인 나. 이따금씩 아작바작 씹히는 설탕 알갱이는 또다른 재미네요.

 아마도 오렌지파운드케이크입니다. 매장에 그랑 마니에르(오렌지 술) 빈 병이 여러 개 있길래 이거 반죽에 넣으시나봐요? 여쭤봤더니 이 케이크에 특히 많이 넣는다고 하시더라고요. 바로 담았습니다.

 오렌지 향 담뿍 들은 게 향긋하고 좋네요. 속에 오렌지 제스트도 들어있어 아주 상큼달달해요. 오늘 들를 곳 많아서 딱 두 개만 사야지- 했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는 머지 않아 있는 [아오이토리] 입니다.

 과연, 제가 찾고 있던 파랑새네요. 저번에 한 학우분이 여기 야키소바빵이랑 메론빵을 추천해주셔서 그거 두 개는 당연히 샀구요, 나머지 제가 끌리는 소금빵, 무화과 바게트, 새우카츠샌드를 샀습니다. 이렇게 총 12,850원입니다.

 사실, 저 매장 사진 좀 찍으려고 했는데 성 마르크와 마찬가지로 빵에 홀려버려서 찍질 못했어요. 산 거 말고도 빵이 상당히 많은데 사진으로 담지 못해서 쪼금 아쉽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야키소바빵인데요, 딱 한 줄로 평하자면 피자빵 간장 ver. 같네요. 소시지도 몇 개 박혀 있어서 진짜 그 느낌나요. 다만 위에 초생강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긴 해요. 저는 라멘 먹을 때도 초생강 먹는 편이라 호!

 메론빵은 안에 크림 있는 줄 알았는데 으잉? 없네? 고백하자면 조금 퍽퍽했습니다. 집에서 우유랑 같이 먹으려는데 으잉? 우유도 없네? 겉이 설탕 패스츄리처럼 파삭해서 맛있긴 했습니다. 다음엔 말차크림메론빵을 먹어야지. 아마 학우님도 그걸 추천하신 것 같네요.

 소금빵은 버터향이 상당했습니다. 에어프라이어에 2분 정도 돌렸더니 손에 묻어나올 정도로 버터가 뿜뿜하더라구요. 고소하니 맛 좋아요.

 무화과 바게트..라 쓰고 깜빠뉴라고 읽어야할 것 같아요. 무화과가 콕콕 박혀있어서 식감 좋구요. 달큰하고 담백합니다.

 새우카츠샌드입니다. 새우에 미쳐 사는 저로서는 안 먹을 수 없었어요. 달걀샐러드, 양배추샐러드, 마요네즈, 새우카츠. 제가 좋아하는 거 다 들어가서 데이트 끝나고 라면 끓여먹는 거마냥 먹어치웠습니다.
...나만 그래?

 하여튼 아오이토리, 꽤 많은 종류의 빵을 샀는데 만족스럽네요. 사실 매장에는 이것보다 훨씬 다양한 빵이 남아있답니다. 빠른 시일 내에 2차전 시작해야겠어요.

 세번째로 들른 곳은 [나와 나타샤] 입니다.

 정답 흰 당나귀! 외치면서 들어와야 할 것만 같은 케이크집이었는데요. 사실 여기는 원래 계획에 없던 곳입니다. 근데 아오이토리에서 사고 7출로 향하던 중 '얼그레이레몬케이크' 라는 메뉴를 보고 저도 모르게 우뚝, 멈춰섰어요.

 얼그레이, 레몬. 이거 맛없으면 두 농가 모두한테 사죄의 말씀 올려야죠. 그러고보니 제가 레몬을 좋아하네요. 나.. 레몬사탕 선배의 자질이 있을지도?

 요 얼그레이 레몬케이크, 레몬 붙은 것중에서 제일 상큼해요. 진짜 레몬사탕 맛이었던 거임. 한편 얼그레이 맛은 별로 나진 않아요. 향만 살짝 묻혀서 부드러움을 맡은 느낌. 개인적인 평으로는 커피보다는 홍차가 더 어울리는 케이크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더리얼치즈버거] 입니다.

 네? 햄버거도 빵이냐구요? 네. 햄버거도 빵 맞습니다.
 햄버거 위에 덮인 거 빵 맞죠? 빵 맞아요.

 여기 올해 겨울부터 간다고 간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땀나는 6월에서야 왔네요. 오리지널 6,900원에 치즈 추가1,000원 얹어서 먹었습니다. 이때 집 가기 전이라 나머지 빵도 먹었어야 해서 단품으로 딱 하나만! 저 그렇게 많이 못 먹어요(?).

 일단 햄버거의 본연에 충실한 크기가 맘에 듭니다. 수제버거랍시고 마구잡이로 쌓다가 다 풀어져서 ㅂ/ㅓ/ㄱ/ㅓ가 되는 게 전 싫거든요.

 맛은요. 살찌는 맛이에요. 살찌는 맛=개존맛, 칼로리=맛의 수치라는 제2돼지런원칙 아시죠? 치즈 진하고 패티 씹는 맛 있고, 소스는 매콤마요같은 것이 순식간에 먹어치울 맛입니다. 아주 나이수. 사실 여기는 a.k.a '더 리얼' 이라는 더블버거가 진또배기라던데, 다음에 배 공간이 좀 여유될 때 다시 오려구요.

 써놓고보니 제가 가격을 정확히 적지 않았는데, 제가 먹을 거는 가격표 안 보고 사먹는 사람이라 그렇습니다. 물론 카드 결제내역 보면서 뒤늦게 울곤 하는데, 먹는 거만큼은 양보를 못하는 게 또 먹보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이렇게 빵을 먹어치우고나니 천불이 났던 속이 조금은 진정되는듯 합니다. 제가 엄청 빵돌이고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밀가루 좀 먹어줘야 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물론 그저께 짜장면 먹었습니다.

 여러분도 가끔 강퍅한 마음이 들 때면, 빵을 드세요.

 고기는 더 드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글은 22년 6월 2일 홍익대학교 학우들의 맛집 탐방에 도움이 되고자 홍익대학교 에브리타임에 작성한 글입니다. 광고 및 영리성과는 관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