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의 하늘과 불긋한 산이 맞닿아 있는 곳.
아침엔 산비둘기 우우 울고 밤이면 풀벌레 소리 짙은 곳.
이국의 하늘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이곳은 라오스, 가 아니라 강원도 영월입니다(당연함 라오스면 이국의 하늘 맞음). 바로 전 글에서 '라오스에서 만나용 안녕~' 이래놓고 갑자기 웬 영월 얘기를 하냐고요? 출국하기 전 수료해야 하는 국내교육을 받으러 2주 동안 이곳에 머물고 있어서 그렇습니다그려. 지난 월요일부터 백 명 가까이 되는 동기 예비단원분들과 함께 이곳 KOICA 글로벌인재교육원에서 합숙 생활을 하고 있어요. 여유 있는 일정에 개발협력과 봉사실무, 그리고 현지어 교육을 조금 얹은 쾌적하고 평화로운 나날입니다. 맛집 뺨치는 세 끼 식사는 덤이고요.
밥 얘기부터 시작한 저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알차게 교육을 받고 있답니다. 교양 수업과 기업 연수를 섞은듯한 느낌? 물론 기업 연수는 받아보지도 못한 대졸 무직 백수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다- 이거예요.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니 성인지적 접근(GAD)이니 활동 계획 보고서 관련 교육이니 듣고 있자니 참, 제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맞는가 봐요.
그런데 이 말, 제가 하기엔 좀 우스운 꼴입니다. 왜냐면 여기서 제가 제일 어리거든요. 그제 알게 된 이번 기수 예비단원의 평균 나이는 49.5세. 평균 나이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앞 자리 계신 분도 쉰이 넘어가는 나이에 열심히 노트 필기를 하시는 판국에, 제가 우는 소리를 하면 그거야말로 투정이고 철없는 거죠. 비대면 강의 듣는 것마냥 노트북으로 열심히 필기하고 있습니다...아 그럼 열심히 하는 게 아닌데?
그렇게 철저하게 나인 투 식스 교육에 이고먹 세끼 생활을 이어간 지 이제야 나흘 째. 일곱 시 반이면 아침 식사 시간, 열 시면 취침 시간이 찾아오는 이곳에 올빼미족인 전 조금은 갑갑하긴 합니다. 평소에 하지도 않던 미라클 모닝 비슷한 걸 하려니 죽겠어요 아주. 그러니 조금이라도 빠른 체력 소모를 위해 산책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뱀 조심' 표지판과 함께요. 산 속이라 그런지 산책로 곳곳에 박혀있더라구요. 다행히 허물 말고는 본 적은 없습니다. 허물은 두 번 봤어요. 스릴 있는 산책 오히려 좋아.
뱀 허물 사진 보고 싶은 분만 펴보세요⬇️

내일이면 현지어 교육이 시작됩니다. 예전에 조금 깔짝댔던 라오어 온라인 수업 자료를 들춰보고 글자를 끄적여보고 있는데, 역시나 어렵네요. 하지만 외국어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저라 꽤 부릉부릉 두근두근해요. 남은 교육도, 나아가 파견지에서의 삶도 이처럼 새롭고 두근거렸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코이카 해외봉사단 전 국내 합숙교육 관련 정보를 찾고 있는 분이 이 글을 찾아오신 거라면, 며칠 있어 본 입장으로서 팁 좀 드려보겠습니다. 안내사항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런 팁들!
1. 크록스 챙기시면 좋아요. 슬리퍼는 일과 시간에 못 신는다고 해서 안 챙겼는데 운동화만 신으니까 불-편
2. 멀티탭, 헤어드라이어는 안 챙겨도 됩니다. 숙소에 다 있어요.
3. 밥이 맛있어요. 두 그릇 드세요.
이상입니다. 다음에 글 올릴 때는 보다 풍부한 이야기와 팁으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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