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왕이면 라오스에서 봉사하기

지난 사흘 간의 이야기(feat. KOICA 글로벌인재교육원)

by 이왕이면고기를먹는애 2022. 10. 27.

푸른 빛의 하늘과 불긋한 산이 맞닿아 있는 곳.

아침엔 산비둘기 우우 울고 밤이면 풀벌레 소리 짙은 곳.

 

 이국의 하늘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이곳은 라오스, 가 아니라 강원도 영월입니다(당연함 라오스면 이국의 하늘 맞음). 바로 전 글에서 '라오스에서 만나용 안녕~' 이래놓고 갑자기 웬 영월 얘기를 하냐고요? 출국하기 전 수료해야 하는 국내교육을 받으러 2주 동안 이곳에 머물고 있어서 그렇습니다그려. 지난 월요일부터 백 명 가까이 되는 동기 예비단원분들과 함께 이곳 KOICA 글로벌인재교육원에서 합숙 생활을 하고 있어요. 여유 있는 일정에 개발협력과 봉사실무, 그리고 현지어 교육을 조금 얹은 쾌적하고 평화로운 나날입니다. 맛집 뺨치는 세 끼 식사는 덤이고요. 

 

웬만한 식당 뺨을 냅다 갈겨버리는 곳

 밥 얘기부터 시작한 저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알차게 교육을 받고 있답니다. 교양 수업과 기업 연수를 섞은듯한 느낌? 물론 기업 연수는 받아보지도 못한 대졸 무직 백수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다- 이거예요.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니  성인지적 접근(GAD)이니 활동 계획 보고서 관련 교육이니 듣고 있자니 참, 제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맞는가 봐요. 

 

 그런데 이 말, 제가 하기엔 좀 우스운 꼴입니다. 왜냐면 여기서 제가 제일 어리거든요. 그제 알게 된 이번 기수 예비단원의 평균 나이는 49.5세. 평균 나이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앞 자리 계신 분도 쉰이 넘어가는 나이에 열심히 노트 필기를 하시는 판국에, 제가 우는 소리를 하면 그거야말로 투정이고 철없는 거죠. 비대면 강의 듣는 것마냥 노트북으로 열심히 필기하고 있습니다...아 그럼 열심히 하는 게 아닌데?

 

뱀(3살, 영월 거주): 저 조심하세용

 그렇게 철저하게 나인 투 식스 교육에 이고먹 세끼 생활을 이어간 지 이제야 나흘 째. 일곱 시 반이면 아침 식사 시간, 열 시면 취침 시간이 찾아오는 이곳에 올빼미족인 전 조금은 갑갑하긴 합니다. 평소에 하지도 않던 미라클 모닝 비슷한 걸 하려니 죽겠어요 아주. 그러니 조금이라도 빠른 체력 소모를 위해 산책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뱀 조심' 표지판과 함께요. 산 속이라 그런지 산책로 곳곳에 박혀있더라구요. 다행히 허물 말고는 본 적은 없습니다. 허물은 두 번 봤어요. 스릴 있는 산책 오히려 좋아.

 

뱀 허물 사진 보고 싶은 분만 펴보세요⬇️

더보기
비늘 한 올 한 올 살아있는 게 기가 막혀요

 

 내일이면 현지어 교육이 시작됩니다. 예전에 조금 깔짝댔던 라오어 온라인 수업 자료를 들춰보고 글자를 끄적여보고 있는데, 역시나 어렵네요. 하지만 외국어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저라 꽤 부릉부릉 두근두근해요. 남은 교육도, 나아가 파견지에서의 삶도 이처럼 새롭고 두근거렸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코이카 해외봉사단 전 국내 합숙교육 관련 정보를 찾고 있는 분이 이 글을 찾아오신 거라면, 며칠 있어 본 입장으로서 팁 좀 드려보겠습니다. 안내사항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런 팁들!

 

1. 크록스 챙기시면 좋아요. 슬리퍼는 일과 시간에 못 신는다고 해서 안 챙겼는데 운동화만 신으니까 불-편

2. 멀티탭, 헤어드라이어는 안 챙겨도 됩니다. 숙소에 다 있어요.

3. 밥이 맛있어요. 두 그릇 드세요.

 

 이상입니다. 다음에 글 올릴 때는 보다 풍부한 이야기와 팁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이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