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있음에감사하기1 끝이 있음에 감사하기 비 오는 구로디지털단지역의 토요일 저녁 6시 반. 역 앞엔 '깔깔거리'라는, 구로구의 홍대 거리라 할 만한 먹자골목이 있습니다. 불콰한 얼굴로 웃음을 터뜨리는 아저씨들, 한숨을 실은 담배 연기를 내뱉는 사람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천천히 걸어가는 연인들, 그리고 그들을 피해 종종걸음치는 제가 있는 곳이죠. 가끔은 길에 대책없이 뿌려진 유흥업소 전단지에 눈쌀이 찌푸려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비가 오면 난리도 아니죠. 지난 반 년 간 한 방송국에서 주말 야간 근무를 하느라 이곳을 지겹게 지나다녔던 제겐 지겹기 짝이 없는 풍경이지만서도, 사뭇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애초에 비도 오로지 집에 틀어박힌 채 창밖으로 볼 때만 좋아하던 저지만 오늘은 괜스레 기분이 묘합니다. 바뀐 풍경이라곤 망한 술집 대신 .. 2022. 10.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