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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맛집 가기/상수

비건식 치고 맛있음x 그냥 엄청 맛있음o [슬런치]

by 이왕이면고기를먹는애 2022. 10. 18.

 안녕하세요?

 

 닉값 제대로 못한 이왕이면채소와버섯을먹는앱니다.

 

 지난 주, 저는 카톡 하나에 답장을 할지 말지 오랜만에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썸타는 중이라 그런 건 당연히 아니구요. 바로 이번 식사 약속 때 비건 식당에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학우님의 추천에 내적 갈등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지요.

 

 음식에 저보다도 일가견이 있으신 분의 추천이라 의심하는 것 자체가 아주 그냥 혼날 일입니다만, 솔직히 비건식이라는 이름이 주는 그 막막함이 제겐 일종의 장벽처럼 느껴진 건 사실이었어요. 명색이 이왕이면고기를먹는앤데 비건=고기없음이잖아요ㅠ

 

 하지만 새로운 음식은 항상 도전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쓸데없이 비장하게 말하긴 했지만, 진짜로 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먹어봐야 아는 법이죠. 마냥 먹기 꺼려진다고 안 먹는 건 가당치도 않은 일입니다. 가지무침 빼고요. 넌 맛없엉ㅎ

 그렇게 해서 방문한, 상수 이리카페 근처 [슬런치] / [슬런치팩토리] 입니다. 네이버지도랑 카카오맵 이름이 다르더라구요.

 이 날 만난 두 분의 학우님은 여기 메뉴를 도장깨기하다시피 드셔보셨다고 하시길래, 제가 먹어보고 싶은 메뉴로 주문해봤습니다. 따수운 배려가 다른 게 아닙니다유.

 먼저 나온 버섯쌀국수비빔면(14,000)과 버섯두유크림리조또(19,000)입니다. 저 솔직히 말하면 얘네 나올 때까지도 '아 진짜 맛있을까' 걱정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한 입 먹는 순간, 육성으로 오? 가 터졌습니다.

 그도 그럴게, 비건식이다- 하면 막연하게 밍밍하고 풀 맛나고 큰 임팩트 없는 그저 그런 느낌일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그건 비건식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저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뭔가 맛을 따라 내려는 어설픈 맛이 아닌 그냥 맛있는 맛! 비빔면은 싱겁지 않고 간간하게 매콤한 맛이었고, 리조또도 입맛 당기게 계속 숟갈이 가는 맛입니다. 버섯 고명도 기분 좋게 씹히는 식감이었구요.

 이어서 나온 그린시금치뇨끼(21,000)를 먹을 때는 일말의 의심조차 눈 녹듯이 사라진 채였습니다. 뭐야 이거 개맛있습니다. 진짜 어이없게 맛있습니다.

 분명 밑국물도 채수로만 맛을 낼 텐데 이게 이렇게 감칠맛이 난다고? 진짜 혼자 먹었으면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을 그런 맛이었어요. 물론 진짜 말진 않았습니다. 공기밥을 안 파시더라구요.

오미자에이드와 함께 있는 리조또

 먹으면서 정말 세상은 넓고 맛있는 건 많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제가 저도 모르게 음식에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도요. 직접 먹어보고 판단한다는 간단한 진리 앞에 망설였던 나 반성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가격대입니다. 양에 비해서 가격이 상당한 수준이에요. 물론 비건식이라는 것 자체가 재료 수급 면이나 조리과정에 품이 더 많이 드는 건 이해합니다만, K-비건식인 옹심이나 수제비 등등도 그만큼 비싸진 않은 것 같거든요...생각해보니까 진짜 왜 안 비싸?

 그래도! 제겐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맛있어서요. 제목에 쓴 그대로, '비건식 치고 맛있다' 가 아니라 그냥 되게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혹 비건식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으시다면 여기 추천드립니다. 맛에 대해선 걱정 마세요. 전 맛있는 집 아니면 리뷰 안 써요.

 참, 여기 카페 겸 레스토랑이라 케이크랑 커피도 팔고 있습니다. 같이 간 분들 말씀으론 다른 비건식 메뉴를 비롯해서 케이크까지 그렇게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한 번 더 와야 할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여기 풀코스로 먹어보려구요. 적금 깨면요.

 마지막으로 학우님들, 리뷰에 쓰인 사진을 제공해주셔서, 또 이렇게 멋진 곳에 함께 가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저를 쩝쩝박사의 길로 인도해주세요.

 그리고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글은 22년 7월 29일 홍익대학교 학우들의 맛집 탐방에 도움이 되고자 홍익대학교 에브리타임에 작성한 글입니다. 광고 및 영리성과는 관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