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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맛집 가기/상수

세모세모빔 [세모식당]

by 이왕이면고기를먹는애 2022. 11. 9.

 안녕하세요?

 

 출국일자가 미뤄져 뜬금없이 두 달의 여유가 생겨버린 이왕이면여권을먹는앱니다.

 

 네, 그렇게 됐습니다. 국내교육 수료식 전날 통보된 사실은 출국일이 기존의 11월 말이 아닌 12월 말로 미뤄졌다는 소식이었죠.

 

( 이고먹의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코이카 봉사단 국내교육 이야기는 여기로! )

1편: https://leegomeok.tistory.com/26

2편: https://leegomeok.tistory.com/28

 

 급하게 관둔 주말 알바가 아쉬워지는 순간이었어요. 졸지에 한 달도 아닌 두 달의 공백이 생겨버렸으니, 남은 시간 동안 이제 무슨 돈으로 고기를 사먹느냐 이거예요 엉엉.

 

 이렇듯 절망적인 재정 상황임에도, '소고기 전골' 이라는 메뉴에 눈이 돌아간 이고먹은 급하게 상수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세모식당] 입니다.

 

맛있게도 누워있네요 참~

 자리에 앉자마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주문한 건 소고기 전골(中 29,000)과 육회였습니다. 저 본격적인 버너와 전골 냄비를 보세요. 중짜라 만만하게 보시면 안됩니다. 

 

 국물을 한 숟갈 텁 먹어보니 벌써부터 이거 물건입니다. 일단 맑은 샤브샤브 국물이거든요? 근데 그거 아시죠. 왜, 샤브샤브 먹을 때 초반 국물은 채수나 육수가 덜 우러나와서 싱겁잖아요. 후반에는 고기 지방이 과하게 떠서 좀 텁텁하고. 그래서 샤브샤브 국물은 채수와 육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중간쯤이 제일 맛있는데, 이 국물이 딱 그 맛입니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고 딱 맛있는 국물 맛!

 

 그때부터 전 이미 직감했어요, 오늘 술은 일단 두 병이구나. 물론 전 한 병째부터 진작에 죽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드러난 소고기들. 보이진 않지만 숙주나물도 푸짐하게 깔려있어용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보글보글하더라구요. 한소끔 끓어오르면 바로 먹어도 된다고 하셔서 지체없이 뚜껑을 열어보니 저를 맞이한 건 저 영롱한 고기였습니다. 부위는 얇게 저민 부채살과 양지. 양지는 탕에서 많이 봤는데 부채살이 전골에서 나오니까 새로웠어요.

 

장은 섞어서, 백김치와 새우젓은 기호에 맞게!

 고기는 장에 찍어먹거나, 백김치에 싸서 먹거나, 전골에 들어있는 깻잎/부추/숙주와 같이 먹거나 아님 죄다 같이 먹으면서 자체 맛있는녀석들을 찍으셔도 됩니다. 저는 그렇게 했어요. 

 

 양념장은 삼삼한 고기 맛을 돋보이게 하는 새큼한 맛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양념장 찍은 고기에 숙주랑 부추 넣고 백김치 싸서 먹는 게 제일 극락이었습니다. 

 

왤케 맛있게 찍혔냐 진짜 또 먹고 싶게 아

 육회는요, 긴 말할 필요 없습니다. 냉동 아니고, 양념 직접 하시고, 무순에 배에 노른자까지? 이게 맛없으면 소고기가 잘못한 거죠...아니지 고기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맛없으면 우리 혀가 잘못된 거예요. 혀 고치세요.

 

이 날 함께했던 청주, 조선주조사. 청하보다 좀 덜 달고 마무리가 더 깔끔했다.

 이 날은 함께 했던 건 깰꼼한 청주였는데요, 맑은 국물과 담백한 소고기에 제법 잘 어울렸습니다. 문제는 제가 거의 3주만에 마시는 술이라는 걸 깜빡했다는 겁니다. 사실 고흥유자주인가를 한 병 더 시켰는데 기억나는 건 '와 유자차같당~!' 라고 외친 외마디 센 척뿐이에요.

 

 그래서 먹다가 상에 엎드려서 잠깐 껐다 켜지기도 하고, 갑자기 저혈압 비슷한 게 와서 의자 두 개 놔두고 눕기도 하고, 아주 꼴사나웠습니다그려.

 

 혹시나 세모식당 사장님,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그래도 토는 안했잖아용ㅎ..

 

묘하게 매운탕을 닮았어요

 여기서 끝인 줄 알았죠? 마무리 순두부 전골(16,000)이 남아있습니다. 갑자기 뻘건 국물로 탁 변신해서 나오는데 이거 국물이 딱 소주 안줍니다(근데 문제: 소주를 못 먹음).

 

 놀랍게도 다 먹진 못했어요. 그도 그럴 게 전골 양도 꽤 많았고, 사장님이 순두부만 넣은 것도 아니라 팽이버섯에 라면까지 때려박았거든요. 술 좋아하는 분이 오면 네 병은 기본으로 비우겠다 싶은 마무리 안주였습니다.

 

 여기까지 세모식당, 여러모로 술꾼들이 정신 못 차릴 만한 술안주로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전 다행히 나올 때는 제정신으로 두 발로 걸어나왔는데, 다음에 올 때는 술은 좀 덜 마시면서 안주빨 좀 더 세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메인인 전골 말고도 곶감크림치즈말이나 타다끼 같은 다른 안주들도 꽤 유명한 곳이라서요!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당장 가서 전통주든 소주든 소맥이든 빨리 따러 가세요. 상수 세모식당이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글은 이왕이면고기를먹는애의 이름을 걸고 공공복리를 위해 작성한 맛집 추천 글입니다. 광고 및 영리성과는 관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