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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글 전체 보기32

프롤로그 : 라오스로 떠나게 된 이유 올해 7월 쯤이었을 겁니다. 밤샘 알바를 하던 새벽 세 시였어요. 머리 비우고 무한도전 오분순삭이나 보면서 피식대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 뭡니까. "아니 나 이래도 되나? 당장 앞으로 뭘 하지?" 그렇게 불쑥 찾아온 진로 걱정에 당시 졸업을 한 달 앞둔 전 바로 패닉에 빠졌습니다. 나름 계획을 짜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삶이라 생각했건만, 생각해보니 어떤 직업을 갖겠다는 계획이 없더라구요. 이러다간 정말 계획해둔 거 하나 없이 졸업 '당하겠다' 는 생각에 즉시 사람인과 잡코리아 등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몇 자 적을 것 없는 이력서와 자소서를 등록하기 시작했구요. 여러 어학시험과 자격증을 알아보는 데 혈안이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졸업 유예도 안 하겠다며 소문까지 낸 마당이라 그야말로 발.. 2022. 10. 14.
늦잠 이럴 거면 샤워라도 하고 나올 걸. 떠나는 열차에 발끝을 밀어 넣었는데도 열리지 않는 전동문을 보고 든 생각이었다. 때 아닌 가을비는 참 더럽게도 왔더랬다. 비바람을 헤치며 오랜만에 뜀박질까지 해서 잡은 버스의 바퀴는 계속 멈췄다. 불행 중 다행인지 -아니면 그냥 불행인지- 모자를 쓰고 나와서 젖은 건 옷과 신발뿐이었다. 오케이, 30분 정도 늦잠을 잔 것까지는 내 과실, 인정할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할 건 없잖아. 24분 차라도 타려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이야? 역까지는 세 정거장이나 남았는데도, 시계는 이미 2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운전 참 올바르게 하신다, 싶었을 기사님의 느긋한 안전 운행을 원망하고 있었고, 역에 다 도착했을 때쯤엔 어느새 반쯤 벗겨진 그의 머리까지 흉을 보고 있었.. 2022. 10. 13.